2024년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취미 하나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구체관절인형 옷 만들기'
원래는 사람 옷 만들기를 배워보려고 했으나, 이와 병행해서 인형 옷까지 같이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사람 옷을 작게 만들면 인형 옷이 되지 않을까.. 하는 단순무식한 생각!..😆
뜬금없이 웬 인형 옷??
얼마 전 당근마켓에서 우연히 본 구체관절인형의 미모(?..😅)에 완전 한눈에 반했어요.😍
귀여운 외모와 파란 눈,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모델명 '데스데모나' |
웬만하면 쓰잘머리 없는 장식품 따위 집 안에 두기 싫은데, 구체관절인형 만큼은 개인적으로 꼭 갖고 싶더라고요.
뭐 아이들처럼 인형놀이를 한다는 게 아니라 관상용으로 말이죠.
구체관절인형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인터넷 폭풍 검색을 해보니, 종류도 크기도 다양하고 가발, 의상, 악세사리, 메이크업까지 정말 사람 외모 꾸미는 것하고 똑같네요.
그런데 인형 옷 가격도 만만치가 않네요.
크기도 손바닥 만한 것이 원단이나 부자재가 훨씬 적게 들어가는데도 말이죠.
아마도 옷 크기가 작아진 만큼 제작의 어려움 때문에 가격이 높지 않나 추측을 해봅니다.
인형 옷이 작을수록 재봉틀 보다는 아무래도 정교하게 손바느질을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가니까요.
그리고 사람 옷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반해, 인형 옷은 아무래도 쉽게 구할 수 없으니 희소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인형 옷은 크기가 작을수록 만들기가 더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초보니까 60cm 정도 크기의 다소 큰 인형 옷부터 시작해 보려고 해요.
크면 클수록 아무래도 사람 옷과 비슷해지니 재봉틀 바느질도 더 쉬울 것 같습니다.💪
= =
재봉틀과 실, 원단은 이미 있으니, 가장 중요한 구체관절인형 모델만 있으면 준비 끝 입니다.
60cm 구체관절인형 가격을 알아보니 저가 구형 모델은 5~6만원대, 그 이상부터는 뭐 부르는게 값이네요.
저한테 맞는 취미인지 아닌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큰 돈을 투자하기에는 좀 부담이 됩니다. 행여나 중간에 취미 활동을 그만두더라도 돈 아깝지 않게, 시작은 큰 돈들이지 말고 가볍게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중고 구체관절인형을 구매하기로 했어요.
인형 옷을 만드는 게 목적이니, 관절 부위 이상 없고 큰 하자만 없으면 입문용으로 중고도 괜찮다고 봅니다.
= =
처음 보고 반했던 데스데모나 인형은 터무니 없이 너무 높은 중고 가격에 바로 포기!😭
당근마켓에서 잠복 중, 드디어 아래 사진과 같은 두 개의 구체관절인형을 발견했습니다.
관상용이 아닌 아이가 실제로 갖고 놀았던 인형이라서 상태가 좀 의심스러웠지만, 꼬치꼬치 캐묻기도 그렇고 제가 그런 진상(?) 구매자는 아니다 보니 쿨거래로 녹색 옷을 입은 인형을 바로 구매했지요.
사진 상으로 자세히 보니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인형은 한쪽 눈의 속눈썹이 눌려서 엉망이더라고요. 그래서 녹색 드레스를 입은 인형을 택했습니다.
사실 같은 공장 출신답게, 입고 있는 옷만 다를 뿐 얼굴 생김새는 똑같아요!😄
개 당 2만원, 두 개 다 사면 3만원에 준다는데 굳이 당장 2개까지 필요는 없어서 1개만 샀습니다.
이렇게해서 제 인생의 첫 구체관절인형을 단돈 '2만원'에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모델명이 '엘리나'라는 이름을 가진 구체관절인형입니다.
인터넷에서 제품 정보를 검색해보니, 2021년 쯤 만들어졌고 헤드 뚜껑이 안 열려서 안구교체도 안 되는 구형 모델입니다.
인형이 크다 보니 당연히 박스도 엄청 길어서, 제 키가 176cm인데 박스 위의 운반용 손잡이를 잡고 걸으니까 상자 바닥이 땅바닥에 살짝 닿더라고요.
제 다리가 짧은건지도..😂
집에 와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드디어 언박싱~!
키 60cm 인형이라 역시 크긴 크네요.
일단 상태를 보니..
머리카락은 많이 엉키지는 않았는데 빗질이 좀 필요해 보이고요, 옷이나 스타킹은 역시나 보풀도 좀 있고 손때가 많이 탄 흔적이 보입니다. 전 주인인 아이가 놀면서 옷을 자주 벗기고 입혔다고 하는데, 옷차림이 좀 꾀죄죄 해 보인다고나 할까요..😂
어서 빨리 새 옷 한 벌 만들어 갈아 입혀야겠네요~!
일단 옷하고 스타킹 세탁이라도 할 겸, 신발과 스타킹을 벗겼는데,
아니 이럴수가!!!! 😱
글쎄.. 양 다리(종아리)의 좌우가 바뀌어서 조립이 된 것 아니겠어요?!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
'아...😰 뽑기 실패다!' 😭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
혹시나 싶어서 다른 하자는 없는지, 옷과 가발까지 모두 벗겨서 인형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습니다. 관절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요.
다행히 종아리 말고는 특별한 이상은 없었네요.
아니 세상에!!
스타킹을 신고 있어서 종아리가 제대로 안 보였나??
전 주인은 어린 아이니까 그렇다쳐도, 처음 공장에서 제품 출하할 때 이런 기본적인 하자 검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정말 황당할 따름이네요.
중고 거래라 반품도 못하고 A/S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판매자한테 파란색 드레스 입은 인형으로 바꿔 달라고 해볼까..
그냥 모른 척하고 이대로 냅둘까.. (성격상 불가능)
순간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합니다.
직접 다리를 고칠 수는 없을까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구체관절인형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해한 사진과 동영상이 꽤 있더라고요.
인형 내부에 '텐션'이라는 고무줄이 있는데, 그 고무줄을 빼면 분해가 가능하다고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고 온 인형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런 텐션 고무줄이 보이지 않더군요. 헤드 뚜껑이 열리는 타입도 아니고, 어느 블로그를 보니 발목쪽을 잡아 당기면 늘어난 고무줄이 보인다던데 아무리 당겨도 발목은 그대로 입니다.
결국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제 인형은 그런 '텐션' 고무줄 자체가 없는 그냥 싸구려 인형인 것이었죠. 일반적인 보통의 마론 인형에 관절만 달아 놓은 것이었습니다.
새 제품 가격이 6~7만원 정도하는데, 몇 십만 원 대의 고가 관절인형에 비해 괜히 저렴한 게 아니였나봐요. 😭
= =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무릎 관절을 자세히 보니 아랫쪽 종아리 부분과 본드칠로 연결이 되어 있네요.
칼과 송곳으로 본드칠 된 부분을 살살 긁어가며 조금씩 틈을 벌리고, 어느정도 틈이 벌어지길래 손으로 세게 비틀면서 종아리 부분을 당기니까 쑥 빠지네요.
텐션 고무줄? 그딴거 없습니다. 그냥 잡아 뽑으면 돼요. 😂
이렇게 해서 일단 무릎 아래 양 종아리를 분리시켰습니다.
그 다음은 양 발을 바꿀 차례입니다.
양 발은 왼쪽, 오른쪽 각각 원래대로 잘 조립이 되어있네요.
차라리 발까지 서로 바뀌어서 달렸으면 좋았을 것을...😂
발목을 보니 이 곳 역시도 발목 관절과 본드칠로 고정이 되어있길래, 연결 부위를 칼로 살살 긁어주고 벌려주면서 발을 떼어냈습니다.
괜히 힘 주다가 행여나 발목 관절이 부러질까봐 조심스레 다루었네요.
발이나 종아리는 약간 말랑말랑한 재질로 되어있는데, 관절은 딱딱한 플라스틱이라 잘못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았어요.
발을 분리해 보니 본드로 아예 떡칠을 해봤네요.
이러니 발목이 앞뒤로 '끄떡끄떡'은 돼도 좌우 '도리도리'가 안 됐던 것이었습니다.
짝을 맞춰 각 종아리에 맞는 발을 조립하고 나니 보기에 훨씬 자연스럽네요.
발을 뺐다가 다시 끼운 탓에 약간의 유격(헐거움)이 생겼는데, 일부러 본드칠은 하지 않았어요.
본드칠을 하게 되면 발목이 좌우 '도리도리'가 안 되고, 나중에 어떤 특정한 자세를 취할 때 발목이 더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은 그냥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종아리를 다시 원래의 무릎 관절에 연결시켜 줍니다.
무릎 관절에서 빠지지 않도록 본드칠도 다시 해주고요.
이제서야 좀 진짜 사람 다리처럼 자연스럽게 보이네요.
왼쪽 종아리만 두 개 또는 오른쪽 종아리만 두 개였으면 정말 난감했을 뻔 했어요.😂
여차저차해서 수술(?)은 잘 끝이 났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엄청난 대 수술이었네요.😂
손때 묻은 너덜너덜한 드레스는 일단 치워 놓고(마음 같아서는 버리고 싶지만..), 편안한 트레이닝복이나 헐렁한 몸빼 바지라도 얼른 만들어서 입혀줘야겠어요.
너무 의인화하는 것 같지만, 날도 추운데 팬티만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보기 안쓰럽고 미안하네요..😭
이러다 정들겠어요~
아 참! 이름도 지어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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