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나름 즐겨입는 바지가 하나 있는데요, 기장이 약간 짧아서 입을 때마다 뭔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만히 서 있을 때는 괜찮은데, 걷거나 의자에 앉을 때 밑단이 들려올라가 찬바람이 바지 가랑이까지 슝슝~ 들어온다는 것이죠.
그래서 한 치수 큰 것으로 살 걸.. 늘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안감은 기모로 되어있고, 밑단 안쪽으로 안보이게 밑단을 조일 수 있는 끈이 달려있어요.
일반바지 같으면 기장 늘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을텐데, 문제는 밑단 옆에 지퍼가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이거 수선집에 맡기면 지퍼교체하고 이것저것 해서 수선비가 좀 나올 것 같아 망설이고 있었죠.
그래서 퀄리티는 좀 떨어지지만 학원에서 배운 거 실습도 할겸, 하다가 망치면 바지 그냥 버릴 생각으로 직접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수선방법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1) 지퍼를 굳이 밑단 끝까지 내릴 필요는 없다 → 지퍼는 뜯지않고 현재 위치 유지
2) 밑단을 조일 수 있는 끈은 필요없다. 왜 있는지 모르겠다 → 제거
일단 바지를 뒤집어 밑단 박음질을 리퍼로 뜯고, 조임줄을 과감히 잘라버렸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죠.
겨울바지라서 겉감과 안감의 이중으로 되어있는데, 겉감의 접힌 부분을 쭉 펴보니 총 40mm 정도 길이가 늘어났는데, 안감의 길이가 약간 모자랐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학원에서 말아박기 연습용으로 가져온 등산바지 밑단 조각을 이어붙이기로 결정했는데, 같은 기모재질이기는 한데 다만 색상이 서로 맞지를 않네요. 어차피 안감용이라 겉에서는 보이지 않으므로 문제는 없을 듯 싶습니다.
재봉틀로 안감을 이어붙여줍니다.
밑단 말아박기를 위해서 총 기장에 맞게 안감의 길이를 적당히 재단하고요.
말아박기를 하면서 처음에 잘라낸 밑단 조임끈(정확한 명칭은 모름)을 같이 넣어서 재봉을 했습니다. 일종의 '파이핑'처럼요.
이렇게 하면 밑단이 펄럭이지 않고 어느정도 모양이 살아나지 않을까하는 저만의 생각입니다. :)
지퍼 아랫부분과 기타 나머지 부분에 마무리 재봉질을 하고, 재봉틀로 하기 어려운 구석진 부분은 손바느질로 꼼꼼하게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해서 늘어난 길이는 총 25mm 입니다.
실은 스티치실을 사용했는데, 기존의 실 색상과 일치하는 색상을 찾기가 어려워 그나마 가장 비슷한 색상으로 선택을 했어요. 색상이 조금만 더 어두웠으면 좋았을텐데, 화면상으로는 실 색상이 좀 밝아보여도 실제로 입어보니 언듯보면 별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남들이 뭐 제 바지 자락만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요..ㅎㅎ
바지를 입고 외출을 해보니 고작 25mm 늘렸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전문수선집에 맡긴 것에 비하면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약간의 기술과 다양한 부자재들만 있다면 좀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옷수선 초보라서 좀 헤맸지만 나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작업이었습니다. :)
최초 게시일 : 2013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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